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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넷(AlexNet)과 현대 딥러닝의 기원, 기술적 진화 및 미래 전개에 관한 심층 보고서

By Hokeun, Lee

1. 서론: 딥러닝 혁명 이전의 암흑기와 2012년의 분기점

인공지능(AI)과 컴퓨터 비전(Computer Vision)의 역사는 2012년을 기점으로 극명하게 나뉩니다. 이 해에 등장한 알렉스넷(AlexNet)은 단순히 이미지 인식 대회에서의 우승을 넘어, 데이터 기반의 특징 학습(Feature Learning)이 인간이 설계한 규칙 기반 접근법을 압도할 수 있음을 증명한 역사적 사건이었습니다. 본 보고서는 알렉스넷이 초래한 기술적, 산업적 파급 효과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알렉스넷의 아키텍처가 현대의 ResNet 및 Vision Transformer(ViT)와 어떻게 다른지 기술적으로 대조하며, 향후 딥러닝이 나아가야 할 뉴로 심볼릭(Neuro-Symbolic) AI와 자기지도 학습(Self-Supervised Learning)의 방향성을 고찰합니다.

1.1 딥러닝 이전의 풍경: 수작업 특징 추출의 한계

알렉스넷 이전,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컴퓨터 비전 분야는 ‘특징 공학(Feature Engineering)’의 시대였습니다. 당시 연구자들의 주된 과제는 이미지 내에서 객체를 식별할 수 있는 불변의 특징(Feature)을 수학적으로 정의하고 추출하는 것이었습니다. 대표적인 알고리즘인 SIFT(Scale-Invariant Feature Transform)나 HOG(Histogram of Oriented Gradients)는 이미지의 국소적인 그라디언트(Gradient) 변화나 엣지(Edge)의 방향성을 히스토그램으로 변환하여 벡터화하는 방식을 취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이미지가 회전하거나 크기가 변하더라도(Scale Invariance) 어느 정도 객체를 식별할 수 있게 해주었으나, 근본적인 한계인 ‘의미론적 격차(Semantic Gap)’를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픽셀 수준의 수학적 특징과 인간이 인지하는 고차원적 개념(예: ‘고양이’, ‘자동차’) 사이에는 거대한 간극이 존재했습니다. 또한, 조명 변화, 가려짐(Occlusion), 객체의 다양한 포즈 등 현실 세계의 무한한 변동성을 인간이 미리 예측하여 수작업으로 알고리즘에 코딩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당시 분류기로 주로 사용된 서포트 벡터 머신(SVM)은 이러한 얕은 특징(Shallow Features)을 입력받아 결정 경계를 형성하는 데 그쳤으며, 데이터의 양이 늘어나도 성능이 포화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1.2 신경망의 겨울과 르네상스의 서막

한편, 신경망(Neural Networks) 연구는 1980년대 후반 얀 르쿤(Yann LeCun)의 LeNet-5가 우편번호 인식 등에서 성과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AI 겨울(AI Winter)’이라 불리는 침체기를 겪고 있었습니다. 당시 하드웨어의 연산 능력 부족, 학습 데이터의 부재, 그리고 깊은 신경망을 학습시킬 때 발생하는 ‘기울기 소실(Vanishing Gradient)’ 문제 등으로 인해, 다층 퍼셉트론(MLP)이나 초기 합성곱 신경망(CNN)은 SVM과 같은 커널 방법론(Kernel Methods)에 비해 성능과 효율성 면에서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 세 가지 결정적인 요소가 융합되면서 상황은 반전되었습니다.

  1. 데이터의 폭발: 페이페이 리(Fei-Fei Li) 교수 팀이 주도한 ‘이미지넷(ImageNet)’ 프로젝트는 1,000개 카테고리에 걸친 120만 장 이상의 고해상도 레이블링 이미지를 제공함으로써, 딥러닝 모델이 과적합(Overfitting) 없이 학습할 수 있는 연료를 공급했습니다.
  2. 연산 능력의 혁신: NVIDIA가 제공한 CUDA(Compute Unified Device Architecture) 플랫폼은 그래픽 처리 장치(GPU)의 병렬 연산 능력을 범용 연산(GPGPU)에 활용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이는 행렬 연산이 주를 이루는 신경망 학습 속도를 비약적으로 향상시켰습니다.
  3. 알고리즘의 진보: 제프리 힌튼(Geoffrey Hinton) 교수와 그의 제자 알렉스 크리제브스키(Alex Krizhevsky), 일리야 수츠케버(Ilya Sutskever)는 기존 CNN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ReLU 활성화 함수, 드롭아웃(Dropout) 등의 기법을 도입했습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2012년 ILSVRC(ImageNet Large Scale Visual Recognition Challenge)에 등장한 알렉스넷은 Top-5 오류율 15.3%를 기록, 2위 모델(26.2%)을 압도적인 차이로 따돌리며 딥러닝 시대의 개막을 알렸습니다.


2. 알렉스넷(AlexNet)의 해부: 현대적 딥러닝 아키텍처의 원형

알렉스넷은 현대적인 딥러닝 모델의 시조(始祖)격인 모델로, 그 구조와 설계 철학은 오늘날의 거대 모델들에도 여전히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총 6,000만 개의 파라미터와 650,000개의 뉴런으로 구성된 이 거대한 네트워크는 당시로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규모였습니다.

2.1 계층별 상세 분석 및 설계 의도

알렉스넷은 5개의 합성곱 층(Convolutional Layer)과 3개의 완전 연결 층(Fully Connected Layer)으로 구성된 총 8계층 구조를 가집니다.

  1. 입력층 (Input Layer):
    알렉스넷은 $224 \times 224 \times 3$ 크기의 RGB 이미지를 입력으로 받습니다(논문에는 224로 기재되어 있으나 실제 구현상 227이 필요한 경우가 많음). 이는 기존의 MNIST(숫자 인식)와 같은 $28 \times 28$ 흑백 이미지와 달리, 고해상도 컬러 이미지를 직접 처리한다는 점에서 획기적이었습니다. 또한, 학습 데이터의 양을 늘리기 위해 원본 이미지에서 무작위로 $224 \times 224$ 패치(Patch)를 크롭(Crop)하고 수평 뒤집기(Horizontal Reflection)를 적용하는 데이터 증강(Data Augmentation) 기법을 사용하여, 데이터 부족으로 인한 과적합을 방지했습니다.
  2. 첫 번째 합성곱 층 (Conv1):
    입력 이미지에 대해 $11 \times 11 \times 3$ 크기의 커널(필터) 96개를 적용합니다. 이때 스트라이드(Stride)는 4로 설정되었습니다. $11 \times 11$이라는 다소 큰 커널 크기는 이미지의 전역적인 색상 정보나 저주파 성분을 포착하기 위함이었으며, 스트라이드 4는 입력 이미지의 공간적 해상도를 급격히 줄여 연산량을 제어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이 층은 주로 엣지(Edge), 방향성, 색상 패치와 같은 저수준 특징(Low-level Features)을 추출합니다.
  3. 깊은 합성곱 층 (Conv2 ~ Conv5):
    후속 층들은 더 작은 커널($5 \times 5$, $3 \times 3$)을 사용하여 특징을 점진적으로 추상화합니다.
  • Conv2: $5 \times 5$ 커널 256개를 사용하며, 이전 층의 출력을 받아 더 복잡한 텍스처나 패턴을 학습합니다.
  • Conv3, Conv4, Conv5: $3 \times 3$ 커널을 연속적으로 배치하여 비선형성(Non-linearity)을 증가시키고, 모델이 더 복잡한 형태(예: 눈, 코, 바퀴 등)를 인지할 수 있도록 합니다. 특히 Conv3, Conv4는 풀링(Pooling) 없이 연결되어 미세한 공간 정보를 보존합니다.
  1. 완전 연결 층 (FC6, FC7, FC8):
    합성곱 층에서 추출된 3차원 특징 맵(Feature Map)은 1차원 벡터로 평탄화(Flatten)되어 완전 연결 층으로 전달됩니다. FC6와 FC7은 각각 4,096개의 뉴런을 가지며, 이는 이미지의 의미론적 정보를 고밀도로 압축한 표현(Representation)을 학습합니다. 마지막 FC8 층은 1,000개의 뉴런으로 구성되어 이미지넷의 1,000개 클래스에 대한 확률을 출력하는 소프트맥스(Softmax) 함수와 연결됩니다.

2.2 핵심 기술 혁신: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요소들

알렉스넷의 성공은 단순히 층을 깊게 쌓은 덕분이 아닙니다. 당시의 하드웨어 및 알고리즘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세 가지 핵심 혁신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2.2.1 ReLU (Rectified Linear Unit) 활성화 함수

알렉스넷 이전에는 시그모이드(Sigmoid)나 하이퍼볼릭 탄젠트(Tanh) 함수가 주로 사용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함수들은 입력값이 커지거나 작아지면 기울기(Gradient)가 0에 가까워지는 ‘포화(Saturation)’ 영역을 가지고 있어, 역전파(Backpropagation) 시 기울기 소실 문제를 야기했습니다. 알렉스넷은 $f(x) = \max(0, x)$라는 단순한 형태의 ReLU 함수를 도입했습니다. ReLU는 양수 영역에서 기울기가 항상 1이므로 기울기 소실을 방지하고, 연산이 매우 간단하여 Tanh 대비 학습 속도를 6배나 가속화시켰습니다. 이는 깊은 신경망 학습의 가능성을 연 결정적인 “열쇠”였습니다.

2.2.2 드롭아웃 (Dropout)을 통한 과적합 방지

6,000만 개의 파라미터를 가진 모델은 학습 데이터를 통째로 암기해버릴 위험(과적합)이 컸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알렉스넷은 학습 과정에서 은닉층의 뉴런 중 50%를 무작위로 비활성화하는 드롭아웃 기법을 FC6, FC7 층에 적용했습니다. 이는 마치 하나의 모델이 아니라 서로 다른 구조를 가진 앙상블(Ensemble) 모델을 동시에 학습시키는 효과를 냈습니다. 특정 뉴런의 존재 여부에 의존하지 않도록 강제함으로써, 모델은 더 견고하고 일반화된 특징을 학습할 수 있었습니다.

2.2.3 멀티 GPU 분할 학습 (Group Convolution)

당시 사용된 NVIDIA GTX 580 GPU는 메모리가 3GB에 불과하여 거대한 알렉스넷을 단일 카드에 올릴 수 없었습니다. 연구팀은 네트워크를 두 개의 GPU로 분할하여 병렬 처리하는 기발한 설계를 도입했습니다. 각 GPU는 서로 다른 커널 맵을 학습하다가 특정 층(Conv3, FC)에서만 정보를 교환(Cross-communication)했습니다. 이는 하드웨어의 제약을 소프트웨어 아키텍처로 극복한 사례이자, 오늘날 거대 모델 분산 학습의 시초라 할 수 있습니다.

2.3 합성곱 신경망(CNN)의 쉬운 설명: ‘자동화된 공장 라인’ 비유

알렉스넷과 같은 CNN의 작동 원리를 비전문가에게 설명하기 위해 **’복잡한 레고 조립 공장’**의 비유를 들 수 있습니다.

  1. 1단계 작업자 (초기 합성곱 층 – 엣지 검출):
    공장의 첫 번째 라인에는 돋보기를 든 작업자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완성된 레고 성(이미지)을 보는 것이 아니라, 아주 작은 블록 단위만 봅니다. 이들의 임무는 단순히 “여기에 빨간 블록이 있는가?”, “여기에 세로로 긴 블록이 있는가?”(엣지, 색상)만을 체크하여 기록하는 것입니다. 이 기록지가 바로 특징 맵(Feature Map)입니다.
  2. 2단계 작업자 (중간 합성곱 층 – 패턴 인식):
    다음 라인의 작업자들은 1단계 작업자들의 기록지를 보고 작업합니다. “세로 블록과 가로 블록이 만났으니 이건 ‘모서리’구나”, “동그란 블록들이 모여있으니 이건 ‘바퀴 모양’이구나”라고 판단합니다. 즉, 단순한 선들이 모여 도형이나 질감(Texture)이 되는 과정을 인식합니다.
  3. 관리자 (풀링 층 – 정보 압축):
    중간중간 관리자가 등장하여 보고서를 요약합니다. “이 구역에 바퀴 모양이 있다는 것만 중요하지, 정확히 3.5cm 지점에 있다는 건 중요하지 않아.”라며 정보를 단순화합니다. 이를 통해 불필요한 디테일을 버리고 핵심 정보만 남겨, 이미지가 조금 흔들리거나 위치가 바뀌어도(Translation Invariance) 똑같이 인식할 수 있게 돕습니다.
  4. 최종 조립 및 판단 (완전 연결 층 – 분류):
    마지막으로 모든 보고서가 공장장(분류기)에게 전달됩니다. “바퀴 모양 4개, 유리창 모양, 금속 질감… 이건 ‘자동차’일 확률이 98%입니다.”라고 결론을 내립니다. 기존의 머신러닝이 사람이 일일이 “바퀴란 동그란 것이다”라고 규칙을 정해줘야 했다면, 알렉스넷 공장은 수만 장의 사진을 보며 작업자들 스스로가 “이런 패턴이 보이면 바퀴라고 부르는 게 유리하구나”라고 스스로 깨닫는(End-to-End Learning) 시스템인 것입니다.

3. 알렉스넷 이후의 캄브리아기 대폭발과 기술적 진화

알렉스넷의 등장은 학계와 산업계에 충격을 안겼으며, 딥러닝 모델의 캄브리아기 대폭발(Cambrian Explosion)을 촉발했습니다. 2012년 이후 ILSVRC 대회의 오류율은 매년 급격히 감소했으며, 이는 다양한 아키텍처의 발전으로 이어졌습니다.

3.1 산업계의 반응과 구글의 인수

알렉스넷의 잠재력을 가장 먼저 알아본 것은 구글이었습니다. 2013년 3월, 구글은 힌튼 교수와 알렉스 크리제브스키, 일리야 수츠케버가 설립한 스타트업 ‘DNNresearch’를 전격 인수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인재 영입(Acqui-hire)을 넘어, 딥러닝이 검색, 포토, 자율주행 등 미래 기술의 핵심이 될 것임을 선언한 사건이었습니다. 이어 페이스북(현 메타)은 얀 르쿤 교수를 영입하여 FAIR(Facebook AI Research)를 설립했고, 이로 인해 텐서플로우(TensorFlow)와 파이토치(PyTorch) 같은 딥러닝 프레임워크 경쟁이 가속화되어 기술의 민주화를 이끌었습니다.

3.2 VGGNet: 깊이의 미학 (2014)

알렉스넷 이후 연구자들은 “더 깊은 네트워크가 더 좋은 성능을 낼까?”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옥스포드 대학의 VGGNet은 알렉스넷의 $11 \times 11$과 같은 큰 커널을 모두 제거하고, 오직 $3 \times 3$의 작은 커널만을 사용하여 16~19층까지 깊이를 늘렸습니다. $3 \times 3$ 커널을 두 번 겹치면 $5 \times 5$와 같은 수용 영역(Receptive Field)을 가지면서도 파라미터 수는 줄어들고 비선형성은 증가한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VGGNet은 구조적 단순함과 높은 성능으로 인해 오랫동안 전이 학습(Transfer Learning)의 표준 백본(Backbone)으로 사용되었습니다.

3.3 GoogLeNet (Inception): 효율성의 추구 (2014)

같은 해 구글은 연산 효율성을 극대화한 ‘인셉션(Inception)’ 아키텍처를 선보였습니다. 인셉션 모듈은 $1 \times 1$, $3 \times 3$, $5 \times 5$ 컨볼루션을 병렬로 수행하여 다양한 크기의 특징을 동시에 추출했습니다. 특히 $1 \times 1$ 컨볼루션(Bottleneck Layer)을 사용하여 채널 수를 줄임으로써, 망이 깊어짐에도 불구하고 연산량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데 성공했습니다.


4. 기술적 비교 분석: 알렉스넷 vs. ResNet vs. Vision Transformer

알렉스넷은 혁명의 시작이었지만, 현대의 관점에서는 기술적으로 구식입니다. 이를 계승하고 극복한 ResNet(2015)과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꾼 Vision Transformer(ViT, 2020)와의 비교를 통해 기술적 진보를 명확히 할 수 있습니다.

4.1 ResNet: 깊이의 한계를 뛰어넘다

VGGNet 이후, 층을 무작정 깊게 쌓으면 오히려 성능이 떨어지는 ‘성능 저하(Degradation)’ 문제가 발견되었습니다. 이는 과적합이 아니라 최적화(Optimization)의 난이도 때문이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ResNet은 잔차 학습(Residual Learning)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입력 $x$를 출력에 더해주는 스킵 연결(Skip Connection, $y = F(x) + x$)을 통해, 기울기가 네트워크의 하위 층까지 막힘없이 전파되도록 고속도로(Highway)를 뚫어준 것입니다. 이로 인해 알렉스넷(8층)의 20배에 달하는 152층 깊이의 네트워크 학습이 가능해졌으며, 사람의 인식 능력을 뛰어넘는(Superhuman) 성능을 달성했습니다.

4.2 Vision Transformer (ViT): 귀납적 편향의 포기

최근 딥러닝은 CNN 구조에서 벗어나 트랜스포머(Transformer) 구조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ViT는 이미지를 $16 \times 16$ 크기의 패치(Patch)로 자른 뒤, 이를 단어(Token)처럼 취급하여 처리합니다.

  • 귀납적 편향(Inductive Bias)의 차이: CNN(알렉스넷, ResNet)은 “인접한 픽셀끼리 관련성이 높다(Locality)”와 “객체의 위치가 바뀌어도 객체는 동일하다(Translation Invariance)”는 강력한 가정(귀납적 편향)을 아키텍처에 내재화하고 있습니다. 반면, ViT는 이러한 가정이 거의 없습니다. 대신 셀프 어텐션(Self-Attention) 메커니즘을 통해 모든 패치가 다른 모든 패치와 상호작용하며 관계성을 처음부터 학습합니다.
  • 데이터와 성능의 트레이드오프: 알렉스넷은 적은 데이터(100만 장)에서도 귀납적 편향 덕분에 잘 학습되지만, 데이터가 아주 많아지면 이 편향이 오히려 학습을 방해하는 병목이 될 수 있습니다. 반면 ViT는 초기에는 학습이 어렵지만, JFT-300M(3억 장)과 같은 초거대 데이터셋으로 학습하면 CNN의 성능을 압도합니다. 즉, 현대 딥러닝은 “인간의 지식(편향)을 주입하는 것”에서 “데이터로부터 모든 것을 스스로 배우게 하는 것”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표 1] 알렉스넷, ResNet, Vision Transformer의 기술적 특성 비교

특성AlexNet (2012)ResNet-152 (2015)Vision Transformer (ViT-L/16)
핵심 메커니즘표준 합성곱 (Convolution)잔차 합성곱 (Residual Conv)셀프 어텐션 (Self-Attention)
깊이 (Depth)8 계층152 계층24 트랜스포머 블록
파라미터 수약 6천만 개 (60M)약 6천만 개 (60M)3억 개 이상 (300M+)
수용 영역 (Receptive Field)깊어질수록 점진적 확대깊어질수록 확대 (Skip 연결 도움)첫 번째 층부터 전역적(Global)
귀납적 편향 (Inductive Bias)강함 (Locality, Invariance)강함 (Locality, Invariance)약함 (데이터로 관계 학습)
데이터 요구량높음 (ImageNet 1M 수준)높음 (ImageNet 1M 수준)매우 높음 (14M ~ 300M+ 권장)
주요 활성화 함수ReLUReLUGELU
Top-1 정확도 (ImageNet)약 63.3%약 78.3%약 88.5% (사전학습 시)

5. 설명 가능한 AI (XAI)와 신뢰성 문제: 블랙박스를 열다

알렉스넷이 딥러닝의 성능을 증명했다면, 현재의 과제는 “왜 그렇게 판단했는가?”를 설명하는 것입니다. 딥러닝 모델은 수천만 개의 파라미터가 복잡하게 얽힌 ‘블랙박스’이기에, 의료나 자율주행과 같은 고위험 분야 적용에 걸림돌이 됩니다.

5.1 시각화 기법의 발전

초기에는 Zeiler & Fergus가 제안한 디컨볼루션(Deconvolution) 기법을 통해 필터를 시각화하여, 앞단에서는 엣지를, 뒷단에서는 객체 부분을 본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러나 모델이 복잡해지면서 더 정교한 방법론이 필요해졌습니다.

  • Grad-CAM (Gradient-weighted Class Activation Mapping): CNN 모델이 특정 클래스(예: ‘개’)를 예측할 때, 마지막 합성곱 층의 어떤 부분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는지 기울기(Gradient) 정보를 역추적하여 히트맵(Heatmap)으로 보여줍니다. 이를 통해 모델이 개의 ‘얼굴’을 보고 개라고 판단했는지, 아니면 배경의 ‘눈’을 보고 늑대라고 잘못 판단했는지(Spurious Correlation) 진단할 수 있습니다.
  • Attention Rollout: ViT 모델에서는 어텐션 가중치를 추적하여, 입력 이미지의 어떤 패치들이 서로 강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시각화합니다. 예를 들어, 분류 토큰(CLS Token)이 이미지 내의 주요 객체에 집중하고 있는지를 확인함으로써 모델의 작동 논리를 검증합니다.

5.2 의료 및 고신뢰성 분야의 적용

XAI 기술은 특히 의료 영상 분석에서 필수적입니다. 알렉스넷 파생 모델이 X-ray 사진에서 폐렴을 진단할 때, 병변 부위를 정확히 보고 판단했는지, 아니면 촬영 장비의 마크나 뼈와 같은 엉뚱한 곳을 보고 판단했는지 검증해야 합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Grad-CAM을 적용한 모델이 임상의에게 판단 근거를 제공함으로써 AI 진단의 신뢰도를 30~35% 향상시킬 수 있음이 보고되었습니다.


6. 미래 전망: 알렉스넷 패러다임을 넘어

앞으로 딥러닝은 알렉스넷이 정립한 ‘지도 학습(Supervised Learning)’ 패러다임을 넘어 새로운 지평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데이터 레이블링의 비용 문제, 논리적 추론 능력의 부재, 그리고 막대한 에너지 소모는 현재 딥러닝이 직면한 한계입니다.

6.1 자기지도 학습 (Self-Supervised Learning): 레이블의 종말

알렉스넷은 정답이 달린 데이터(Labeled Data)에 의존했습니다. 그러나 세상의 대부분 데이터는 레이블이 없습니다. 미래는 스스로 문제를 만들어 풀면서 학습하는 자기지도 학습(SSL)이 주도할 것입니다.

  • MAE (Masked Autoencoders): 이미지의 75%를 가려놓고, 나머지 25%만으로 가려진 부분을 복원하도록 학습시킵니다. 이 과정에서 모델은 “강아지의 꼬리가 보이면 머리는 저쪽에 있을 것이다”라는 고차원적 시각적 문법을 스스로 터득합니다.
  • DINO (Self-distillation): 레이블 없이도 이미지 간의 유사성을 학습하여, 객체의 경계나 의미론적 특징을 놀라울 정도로 정교하게 분할(Segmentation)해냅니다. 이는 로봇이나 자율주행차가 낯선 환경에서도 객체를 인식하는 데 핵심적인 기술이 될 것입니다.

6.2 뉴로 심볼릭 (Neuro-Symbolic) AI: 직관과 논리의 결합

현재의 딥러닝(시스템 1, 직관)은 패턴 인식에는 능하지만, “빨간 불이니 멈춰야 한다”와 같은 인과적 추론(시스템 2, 논리)에는 약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뉴로 심볼릭 AI는 신경망이 이미지를 인식하여 심볼(기호)로 변환하고, 심볼릭 AI가 논리적 규칙을 적용하여 추론하는 하이브리드 접근법입니다. 이는 적은 데이터로도 학습이 가능하며(Few-Shot), 추론 과정을 투명하게 설명할 수 있어 차세대 AI의 유력한 후보로 꼽힙니다.

6.3 퓨샷(Few-Shot) 및 제로샷(Zero-Shot) 학습

인간은 사진 한 장만 보고도 새로운 동물을 기억합니다. 알렉스넷처럼 수만 장을 볼 필요가 없습니다. CLIP과 같은 멀티모달 모델은 텍스트와 이미지를 함께 학습하여, 한 번도 본 적 없는 객체라도 텍스트 설명을 통해 인식할 수 있는 제로샷 능력을 보여줍니다. 이는 AI가 닫힌 세상(Closed World)에서 열린 세상(Open World)으로 나아가는 중요한 교두보가 될 것입니다.


7. 결론: 2012년의 유산과 지속되는 혁신

알렉스넷의 등장은 단순한 기술적 진보가 아니라, 인공지능이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꾼 사건이었습니다. 알렉스넷은 ‘특징을 설계하는 것’에서 ‘특징을 학습하는 것’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완성했으며, GPU 컴퓨팅과 빅데이터의 결합이 가져올 파괴적 혁신을 예견했습니다.

비록 오늘날의 최신 모델들은 알렉스넷보다 수백 배 더 깊고, 합성곱 대신 어텐션을 사용하며, 지도 학습 대신 자기지도 학습을 지향하고 있지만, 그 근저에는 여전히 알렉스넷이 남긴 유산이 흐르고 있습니다. ReLU, 드롭아웃, 데이터 증강, 그리고 무엇보다 “데이터와 연산이 충분하면 신경망은 무엇이든 배울 수 있다”는 믿음이 그것입니다. 이제 딥러닝은 단순한 인식을 넘어 생성(Generative), 추론(Reasoning), 그리고 물리 세계와의 상호작용(Embodied AI)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 모든 여정의 시작점에 알렉스넷이 있었음을 기억하며, 우리는 더 지능적이고 설명 가능하며 효율적인 AI를 향해 나아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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